우리가 만난 10평 남짓의 한옥이 위치하고 있는 동네는 경주 원도심 골목길로, 그 골목의 주택들은 1970~80년대에 지어진 중목구조의 한옥, 조적조의 양옥, 새마을 운동 시절의 조적조와 경량목구조 지붕을 가진 집들이 서로 마주하고 있었다. 이것은 당시의 대중적인 건축방식과 삶의 방식에 따라 형성된 것이었다. 조각집 역시 이전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원래의 쪽마루에는 벽을 세워 실내의 복도로 사용하고 있었고, 외부에 화장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부에 욕실을 덧붙여 사용하고 있었다.

건축주는 지난 시간 동안의 생활 흔적이 가득한 이곳을 한옥 스테이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작아도 되지만 편리한 주방과 화장실, 채광이 좋은 집이 되길 원했다. 우리는 건축주의 요구사항과 함께 ‘경주’와 ‘한옥’이라는 점에 집중했다. 경주가 아름다운 것은 천년의 시간을 간직하고 드러내기 때문이고, 한옥이 아름다운 것 역시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역사와 문화적인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결국 이 장소가 시간을 담고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것을 더하기 보다는 “ㄱ”자 형태, 홑집구조, 쪽마루를 가진 1970-80년대 한옥 본래의 모습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좁게 이어진 골목의 연장선과 같은 출입동선을 만들어 편안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넓지 않지만 열려있는 마당을 조성하여 사용자에게 개방감을 줄 수 있는 공간을 계획하였다. 본채와 별채는 쪽마루로 연결되어 있고, 이 마루는 마당을 향해 열려있다. 한옥의 대표적인 매개공간이라 할 수 있는 마루를 통해 본채와 별채를 연결함과 동시에 내부에서 외부로 확장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본래 4칸이었던 ‘ㄱ’자의 본채의 각 칸에는 남쪽부터 침실, 거실, 욕실, 주방으로 계획하였다. 별채는 자쿠지로 계획하고, 본채보다 화려하거나 눈에 띄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입면으로 계획하였다.

마루에서 문을 열고 들어서면, 보이는 거실은 평상 형식의 마루를 설치하여 정원을 보며 휴식할 수 있게 하고, 복도로 사용되는 부분과 경계를 두어 기능을 분리하고자 하였다. 거실은 침실과 연결되지만 그 사이에 가구를 제작/배치하여, 심리적인 공간구획을 하고 내부의 필요한 수납을 충족시켜 주었다. 거실, 침실, 주방은 쪽마루 또는 마당으로 연결되는데 이 공간은 두 겹의 창을 가지도록 하였다. 외부로는 단열이 되는 한식시스템창호를 두고, 내부로는 목재 창호에 모시를 붙여 환기, 채광, 방충망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외창과 내창의 개폐여부와 그 정도에 따라 실내공간은 외부로 확장된다. 입면의 대부분이 창으로 구성되어 있는 한옥에서 이는 간단한 행위이지만 실내공간에 꽤 커다란 영향을 준다.

내부의 마감 재료는 기존의 재료를 보존하고, 재료 간의 관계(텍스처나 컬러)를 고려하여 그와 어울리는 것들로 계획해나갔다. 이 프로세스는 서까래부터 시작해 가구와 창호까지 이어진다. 천장의 서까래는 기존의 것을 깍아 오일을 새로 칠해주고, 그 사이는 회미장으로 마감하였다. 바닥은 원목마루, 가구들은 무늬목을 사용해 한옥의 무게감을 잃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를 가질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서까래 노출을 위해 별도의 천장마감을 하지 않고 간접조명을 제작/설치하여 조도를 확보하였다. 벽은 한지로 마감하고 벽의 일부는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돌출되어 조명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한옥은 채광(차양), 환기, 난방 등 기능에 의해 만들어진 것과 삶의 모습을 담고 있는 평면 구성 그리고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내외부의 관계 등이 우리에게는 매력적인 요소였고, 그런 요소들에 집중해서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역시 매력적인 한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