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대지는 정형화되지 않은 삼각형의 모양에 대나무가 작은 군락을 이루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처음 현장답사를 갔을 때 단층의 주택들이 듬성듬성 놓여있는 좁은 골목을 따라서 대지로 들어서면 작은 대나무 숲이 펼쳐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동네는 오래되었지만 그 사이사이 자연의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고, 낡고 헤졌지만 단단하고 소박하게 자리잡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한 동네의 분위기는 긍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왔고 어렴풋이 이 동네에 어울릴 수 있는 집을 짓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건축주는 우리와 소통을 담당한 따님의 부모님이었고, 따님이 설계의뢰부터 계획의 진행과정을 모두 함께했다. 부모님을 위한 단독주택을 짓고 싶어했고, 동시에 스테이로서의 역할도 하기를 바랬다. 간헐적으로 본채를 손님들에게 내어주고 부모님은 그때 별채로 가서 묵을 수 있도록 말이다. 요구조건은 본채와 별채 두채일 것. 두 채 모두 필요한 최소의 면적만을 가지면 된다는 것이었다.
설계의 시작점은 두 채의 건물과 마당의 위치 선정부터였다. 두 채 간의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확보할지, 마당은 어떤 역할을 할 것 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우리의 계획은 마당을 대지 중심에 두고, 본채는 남향으로 배치하고, 별채는 주 거주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서향으로 배치하되 창을 뒤로 물려서 서로 간의 시야가 겹치지 않도록 하였다. 두 동은 같은 곳을 바라보지만,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본채는 남향으로 배치되어 있고 거실은 마당을 향해 열려 있어서 외향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자연을 더욱 적극적으로 취하기 위해 거실 앞에 낮은 벽을 배치하여 아늑한 마당을 별도로 만들었다. 넓게 펼쳐진 마당이 있지만, 집안 거실에서 맨발로 나갈 수 있는 곳, 잠옷을 입은 그대로 나가서 앉아 있을 수 있는 곳이 집안에 있다면 좀 더 풍부한 시간들을 이집에서 보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짓고보니 건축주가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평면은 필요실들을 배치하고 그 사이사이에 외부의 자연요소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욕실과 드레스룸 사이 작은 안마당은 현관에서 들어서면 보이게 되고, 욕조에 앉아서도 외부를 바라볼 수 있게 한다. 부엌 또한 상부장을 없애고 대나무군락이 보일 수 있도록 시원하게 창을 냈다. 거실 역시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안마당과 마주보고 있어 밤에는 거실에서 한발만 나가 앉으면 별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자연적인 요소들은 쉼을 준다고 생각한다. 요즘의 우리는 거의 자연에게서만 휴식을 얻는다. 그래서 최대한 이러한 요소들을 생활의 공간속에 넣는 것은 주택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두 채의 건물은 경량목구조의 구조형식에 유리하게 박공지붕으로 계획하여 간결한 형태를 갖도록 하였다. 같은 형태이지만 그 비례와 외장재료의 비율은 달리하였다. 처마선의 끝부분, 지붕의 용마루, 재료분리대 등도 최대한 간결할 수 있도록 디테일을 만들어 나갔다.